마음

승려시인(펌)

민들레a 2015. 7. 21. 22:02

 

 

 

*재 한 줌*

                        조오현

어제,그저께 영축산 다비장에서

오랜도반을 한줌 재로 흩뿌리고

누군가 훌쩍거리는 그 울음도 날려보냈다.


거기, 길가에 버려진 듯 누운 부도

돌에도 숨결이 있어 검버섯이 돋아났다

한참을 들여다보다가 그대로 내려왔다.


언젠가 내 가고 나면 무엇이 남을 건가

어느숲 눈먼 뻐꾸기 슬픔이라도 자아낼까

곰곰히뒤돌아보니 내가 뿌린 한 줌 재뿐이네.

 

*****

 

시인 조오현(1932 ~ )은 승려이다.

어릴 적에 절로 들어가 팔순을 바라보는 이 날까지 절을 지키고 있다.

만해 한용운과 같은 승려 시인으로 똑같이 백담사에서 나온 시인이다. ‘

설악, 무산’이라는 승명을 쓰고, 스스로는 자신을 낮춰

낙승(落僧)’이라고 부른다. 약력을 볼 때마다 스쳐 지나갈 수 없는 것이 하나 있다.


위의 시에서 '곰곰히 뒤돌아보니 내가 뿌린 한 줌 재뿐이네'

라는 표현은 삶의 허무함을 표현한 구절인데

종교적이라기 보다는 죽음을 두려워하는 인간이라면

누구나 할 수 있는 세속적인 느낌이다.

그래서 누구든 쉽게 공감을 할 수 있는 부분이다.

그러나 이 시에서 반전의 부분은

'돌에도 숨결이 있어 검버섯이 돋아났다'는 부분이 아닐까 한다.

죽음이 삶의 마지막이라기 보다는 불교의 윤회적인 사상에 입각해서

다른 생명으로도 태어날 수 있다는 달관의 경지가 느껴진다.

동시에 인간적인 고뇌가 시의 밑바닥에 깔려있어서 푸근함을 안겨준ek.


조오현 시인의 시 세계를 한 마디로 압축하여 말하기는 어려운 일이다.

모든 시편에서 ‘일체지향’을 보인다.

즉 사람과 자연, 자연과 사람의 경계를 일거에 허물어버리는 경지를 내비친다.

이속의 삶, 구도자의 길을 가고 있지만,

속인과는 동떨어진 드높은 곳에 결코 홀로 올라 앉아 있지 않다.

인간적인 모습을 보이고 있기에 친근감을 준다.

그렇다고 쉽게 읽히지는 않는다.

중후한 사유의 세계가 그만의 독보적인

가락과 결합하여 이룬 성취는 예사롭지 않기 때문이다.

연주곡//작은 시냇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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