줄거리
메밀꽃 필 무렵 - 이효석
봉평장의 파장 무렵, 왼손잡이인 허생원은 장사가 시원치 않아서 속이 상한다.
정선달에 이끌려 충주집을 찾는다. 거기서 나이가 어린 장돌뱅이 '동이'를 만난다.
허생원은 대낮부터 충주집과 짓거리를 벌이는 '동이'가 몹시 밉다.
머리에 피도 안 마른 주제에 계집하고 농탕질이냐고 따귀를 올린다.
'동이'는 별 반항도 하지 않고 그 자리를 물러난다. 허생원은 마음이 좀 개운치 않다.
조선달과 술잔을 주고받고 하는데 '동이'가 황급히 달려온다.
나귀가 밧줄을 끊고 야단이라는 것이다.
허생원은 자기를 외면할 줄로 알았던 '동이'가 그런 기별까지 하자
여간 기특하지가 않다. 나귀에 짐을 싣고 다음 장터로 떠나는데,
마침 그들이 가는 길가에는 달빛에 메밀꽃이 흐드러지게 피어 있다.
달빛 아래 펼쳐지는 메밀꽃의 정경에 감정이 동했음인지 허생원은 조선달에게
몇번이나 들려준 이야기를 다시 꺼낸다.
한때 경기가 좋아 한밑천 두둑히 잡은 적이 있었다.
그것을 노름판에서 다 잃어버렸다. 그리고 그는 평생 여자와는 인연이 없었다.
그런데 메밀꽃이 핀 여름밤, 그날 그는 토방이 무더워 목욕을 하러 개울가로 갔다.
달이 너무도 밝은 까닭에 옷을 벗으러 물방앗간으로 갔다.
그리고 거기서 성서방네 처녀를 만났다.
성서방네는 파산을 한 터여서 처녀는 신세한탄을 하며 눈물을 보였다.
그런 상황 속에서 허생원은 처녀와 관계를 맺었고, 그 다음날 처녀는 빚쟁이를 피해서
줄행랑을 놓는 가족과 함께 떠나고 말았다.
그런 이야기 끝에 허생원은 '동이'가 편모만 모시고 살고 있음을 알게 된다.
발을 헛디딘 허생원은 나귀의 등에서 떨어져 물에 빠지고 그걸 '동이'가 부축해서 업어준다.
허생원은 마음에 짐작되는 데가 있어 '동이'에게 물어보니
그 어머니의 고향 역시 봉평임을 확인한다.
그리고 어둠속에서도 '동이'가 자기처럼 왼손잡이임을 눈여겨본다.
<중략>
<dt>농탕 [弄蕩] - 남녀가 음탕한 소리와 난잡한 행동으로 놀아 대는 짓. ≒농탕질.</dt>
'농탕'이란 단어의 뜻을 대체 어떻게 표현했을지 찾아보니... 이렇네요.
메밀꽃 피는 여름날... 장돌뱅이의 삶...
그 떠돌이 삶의 애환 속에 펼쳐지는 인간 본연의 애정을
낭만적으로 표현하고 있는 작품입니다.
남녀 간의 만남과 헤어짐, 친자확인이라는 두 가지 이야기를 기본으로
온갖 각다귀, 잡배가 우글거리는 장터의 현실....
그리고 사랑의 추억과 인연의 끈질김이 어우러지면서
한 늙은 장돌뱅이의 애환이 드러나게 되지요.
♤원작자 :이효석 (1907-1942)
소설가. 강원도 평창(平昌)에서 출생하였다. 경성제1고등보통학교를 거쳐 경성제국대학 법문학부 영문과를 졸업하고, 1928년 《조선지광(朝鮮之光)》에 단편《도시와 유령》이 발표됨으로써 동반작가(同伴作家)로 데뷔하였다. 계속해서 《행진곡(行進曲)》,《기우(奇遇)》 등을 발표하면서 동반작가를 청산하고 구인희(九人會)에 참여, 《돈(豚)》,《수탉》 등 향토색이 짙은 작품을 발표하였다.
1934년 평양 숭실전문(崇實專門) 교수가 된 후 《산》,《들》 등 자연과의 교감(交感)을 수필적인 필체로 유려하게 묘사한 작품들을 발표했고, 1936년에는 한국 단편문학의 전형적인 수작(秀作)이라고 할 수 있는 《메밀꽃 필 무렵》을 발표하였다. 그 후 서구적인 분위기를 풍기는 《장미 병들다》, 장편 《화분(花粉)》 등을 계속 발표하여 성(性) 본능과 개방을 추구한 새로운 작품경향으로 주목을 끌기도 하였다. 《화분》 외에도 《벽공무한(碧空無限)》,《창공(蒼空)》 등의 장편이 있으나 그의 재질은 단편에서 특히 두드러져 당시 이태준(李泰俊), 박태원(朴泰遠) 등과 더불어 대표적인 단편작가로 평가되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