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름(물밤.말밤)의효능
마름은 수면에 떠서 자라는 1년초이다. 물위의 로제트 형 잎을 사방으로 펼치고 출렁출렁 물결을 탄다. 마름이 자라는 연못의 물은 크게 출렁거릴 뿐 잔물결을 일으키지 않는다. 그래서 연못의 물은 언제나 정적이다. 잎자루에 볼록한 공기 주머니가 있어서 물에 잘 뜨지만 물 속에 잠기는 잎도 있다. 이 공기 주머니를 손가락으로 집으면 톡 하고 터진다. 식물학적 분류 지식이 부족했던 때 중국 문헌을 인용하면서 혼동을 한 것 같다. 부평초는 논에서 흔히 보게 되는 개구리밥을 말한다. 이러한 점에서 보면 마름은 물에 떠서 자라는 부유성 수초가 아니라 진흙에 단단한 뿌리를 두고 사는 육상 식물과 다름없다 가느다란 줄기는 물의 깊이에 따라 긴 것이 있는가 하면 얕은 곳에서 자라는 짧은 것도 있다. 한 번 길게 자란 줄기는 물이 빠지면 옆으로 눕고 물이 불어나면 바로 선다. 물의 깊이에 따라 스스로 높낮이를 조절하여 물에 가라앉는 법이 없다. 물 속에 있는 줄기의 마디에 실뿌리가 돋아나 있다. 깃털 같은 검은 색 실뿌리를 통해 물 속의 유기물을 흡수한다. 진흙에 뻗어 있는 뿌리는 줄기를 지탱하는 역할이 더 강하고 줄기에 붙은 이 실뿌리가 뿌리의 기능을 발휘한다. 꽃자루가 짧아 잎의 중앙에 붙은 것처럼 보인다. 한낮이면 꽃잎이 활짝 펴지고 해가 기울면 반쯤 오므린다. 이 때 물소는 물위에 뜬 마름을 걷어 즐겨 먹는다. 마름은 부드러우면서도 영양가가 많아 물소로서는 더없이 좋은 사료가 된다. 지천에 깔려 있는 먹이를 마음껏 먹을 수 있고 더위도 식힐 수 있으니 물소에게 있어서 마름 호수는 낙원이나 다름없을 것이고 자연히 물에서 지내는 시간이 길어질 수밖에 없을 것이다. 그 때문에 물에서 따는 밤 같다고 하여 물밤 또는 말밤, 말뱅이라고 한다. 열매를 잘 말린 것을 능실(菱實), 능각(菱角)이라 하여 위장병, 치질, 식도암, 자궁암 등의 치료에 쓰인다. 최근에는 이 열매에 항암 성분이 있다는 것이 임상 실험으로 증명되었다. 연못에서 금방 딴 신선한 열매를 껍질 째 짓찧어 볼거리 할 때 환부에 붙이면 금방 가라앉는다고 했다. 중국에서는 열매에서 전분을 채취하기 위해 연못에 재배하는 자원식물이다. 가을에 열매가 익으면 마르지 않도록 저장했다가 봄에 물을 뺀 진흙 밭에 뿌리고 싹이 돋아나면 물을 대 재배한다. 수확기에 줄기를 거두어 사료로 하고 열매는 발효시켜 주정을 뽑는다. |